세계는 석탄과 이별 중👋 한국은 어디쯤 왔나요?
insights 2025-04-18
석탄

세계는 석탄과 이별 중👋 한국은 어디쯤 왔나요?

핀란드와 영국, 그리고 한국은?

박윤경

지난 4월 1일, 핀란드가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북유럽 최대 석탄 소비국 중 하나였던 핀란드가 헬싱키에 위치한 살미사아리(Salmisaari)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히 멈추면서, 석탄발전 비율을 1% 미만으로 떨어뜨린 건데요. 이제 석탄발전은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비상시’(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경우 등)가 아니면 쓸 수 없게 됐어요. 더욱 놀라운 건, 핀란드 정부가 기존에 계획했던 시점보다 무려 4년이나 빠르게 폐쇄가 이뤄졌다는 점이에요.

살미사아리 발전소가 보이는 핀란드 헬싱키 시내 (사진: Martti Salmi)

핀란드, 자일리톨처럼 시원한 바람을 타다

‘추운 나라는 난방 수요가 높아 탈석탄은 어려울 것이다’라는 말, 적어도 핀란드 앞에선 통하지 않게 됐어요. 핀란드는 석탄발전소의 문을 닫는 대신 풍력발전을 빠르게 늘려왔고요, 2020년 이후 풍력 발전 용량은 두 배 이상 증가해 현재는 전체 전력의 약 25%를 풍력으로 충당할 정도로 성장한 상태예요.

이런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핀란드의 경제와 국가 안보에도 큰 기여를 가져다줬어요.

핀란드는 땅은 넓어도 에너지 자원이 많지 않아서, 그간 러시아와 폴란드에서 주로 석탄을 수입해 왔는데요. 이로 인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에 수급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재빨리 석탄을 퇴출하고 풍력을 늘린 건, 핀란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안보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죠.

게다가 핀란드 풍력협회에 따르면 현재 핀란드는 총 13만 메가와트 규모의 풍력 프로젝트 계획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000억 유로 이상의 투자를 끌어올 잠재력이 있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요.

석탄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계획 + 규제 + 유인’, 석탄 조기 퇴출의 성공 공식

핀란드의 탈석탄 비결은? 정부가 계획·규제·유인 3박자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친 것이 큰 몫을 했어요.

· 명확한 계획 - 핀란드는 2016년 탈석탄을 선언한 뒤 이듬해인 2017년 국제 탈석탄동맹(PPCA)에 참여했고, 2019년엔 ‘2029년 5월까지 석탄 기반 에너지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고요.

· 확실한 규제 - 이후엔 탄소 가격을 조정해 기업들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데 드는 비용을 높이는 한편,

· 매력적인 유인 -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기업에 세금 공제 혜택 및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공하고,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과 투자에는 2280만 유로의 자금까지 지원했어요.

결국 정책이 먼저 길을 열어주니, 기업도 흔들림 없이 따라가면서 발빠르게 석탄을 퇴출할 수 있었던 것이죠. 추운 기후와 높은 난방 수요라는 극한의 여건에도 불구하고요.

석탄의 고향 영국, 이제는 안녕

사실 이 같은 ‘석탄과의 시원한 이별’이 핀란드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OECD 38개국 중 14개국은 이미 석탄 없는 전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요, 13개국은 2030년까지 단계적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죠.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소를 세웠던 나라, ‘석탄의 고향’ 영국도 마침내 탈석탄에 성공하며 큰 관심을 불러모았어요. 중부 도시 노팅엄셔에 자리한 랫클리프온소어(Ratcliffe-on-Soar) 석탄발전소의 불이 꺼지면서 무려 142년간 지속되던 석탄발전과 이별을 고한 건데요. “마치 한 시대의 종말과 같다”(마이클 생크스 영국 에너지부 차관)는 말이 나왔을 만큼 역사적인 순간이었죠.

랫클리프온소어 석탄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사진: Johannes Heel)

현재는 ‘석탄 0%’를 달성한 영국이지만, 1980년대 초만 해도 전력의 80%를 석탄에 의존했어요. 10여 년 전인 2012년만 해도 이 비중은 약 40%에 달했고요.

영국은 한국보다 일조량이 적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썩 좋은 조건은 아니에요. 그런데도 이렇게 빠르게 전환에 성공한 데에는, 핀란드처럼 ‘재생에너지가 진짜 경쟁력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 기업을 움직이게 만든 전략이 크게 작용했어요. 전력시장을 개편해서 석탄설비 용량을 점점 줄일 수 있게끔 유도하는 한편, 풍력과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안정적이고 수익성 있는 가격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죠. ‘녹색금융’ 전략을 통해 기후 목표에 맞는 방향으로 돈의 흐름을 만들어낸 거예요.

덕분에 전기는 더욱 깨끗해졌을 뿐 아니라, 영국은 청정 에너지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도 우뚝 서게 되었어요.

· 2022년에는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분야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가장 많이 유치했고,

· 스코틀랜드 해상풍력 입찰 프로젝트(ScotWind)에서만 약 280억 파운드(약 52조 원)에 달하는 장기 투자를 이끌어낸 것으로 추산돼요.

·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영국이 유럽 본토를 대상으로 ‘녹색전기 순수출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해요.

더욱이 영국은 노동조합과도 일찍이 협력해서 각종 재교육 프로그램과 장기적인 일자리 전략을 마련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줬어요. 랫클리프발전소가 문을 닫던 날엔, 내부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죠.

“랫클리프의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간 모든 직원과 협력업체 여러분, 고맙습니다.”

랫클리프온소어 발전소 폐쇄 당일 내부에 걸려 있던 현수막 (사진: 영국노총)

한국, 어디쯤 왔나요?

핀란드는 무려 4년을 앞당겨 석탄을 퇴출하고, 영국은 석탄과 ‘세기의 이별’을 하고. 전 세계적으로 석탄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데…

한국은 이 흐름의 한가운데서 가장 조용한 나라예요.

2022년 기준 한국 발전의 약 39%는 석탄에서 나왔고요, 지난 1월엔 신규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 2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기도 했어요. 국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지도 않았어요. OECD 38개국 중 PPCA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딱 4곳뿐이에요. 무엇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탄소중립’과 ‘탈석탄‘ 목표 시점이 둘 다 2050년으로 동일한 나라예요. 다시 말해, 그 전까지 석탄을 얼마나 어떻게 줄이겠다는 중간 계획이 없다는 거죠.

“정부가 돈이 없어서 그런 거 아냐?”

2023년 기후솔루션 연구에 따르면, 국내 모든 석탄발전소를 2035년까지 폐쇄하는 데 드는 자산정리 비용은 1.8조 원으로 추산돼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이죠. 비용을 쩍 뛰어넘는 가치가 있고요. 결국 한국도 재정적으로 조기 탈석탄을 실현햘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의미예요.

한 가지 더.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데다 제주도 등 해안 지역에 강한 바람이 불어 해상풍력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하지만 보급량은 턱없이 부족한데요, 0.2GW로 정부의 2030년 목표(14.3GW)의 1%에 불과해요. 다행히 지난 2월, 정부가 해상풍력 입지 발굴을 주도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변화를 일으킬 중요한 발판이 마련된 상태예요.

지금까지는 분명 늦었고, 더뎠고, 때론 거꾸로 가기도 했지만,

지금이야말로 석탄의 시대를 떠나보내야 할 소중한 순간이에요.

마지막 석탄발전소의 불을 꺼지고 ‘석탄 0%’라는 당당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날이 머지 않아 선물처럼 우리에게 찾아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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