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2위 재생에너지는 나무 땔감
‘재생에너지’ 하면 무엇이 생각나세요? 지붕 위 태양광 패널과 제주도의 풍력발전기를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태양광 다음으로 비중이 큰 재생에너지는 ‘바이오매스’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풍력보다 무려 4배나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바이오매스는 다름 아닌 나무 땔감입니다.
사전적 의미의 바이오에너지는 동식물에서 온 유기물질을 연료로 하는 에너지원입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 숲의 나무를 펠릿이나 칩으로 갈아 화력발전소에서 태워 전기나 열을 만들지요. 1925년도 아니고, 2025년에 나무를 태우는 발전 방식이 2위의 재생에너지라니,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인도네시아의 한국으로 수출되는 목재펠릿 생산용 벌목 현장 (사진: Forest Watch Indonesia, 2024)
석탄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재생에너지?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먹으며 자랍니다.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20%를 숲이 다시 흡수한다고 하니, 숲은 자연이 선물한 지상 최고의 탄소흡수원입니다. 산림을 포함한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훼손된 곳은 복원하는 일이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만큼이나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이유입니다.
반대로, 숲을 태우면 나무가 흡수한 탄소가 다시 방출됩니다. 산불이나 발전소나, 무언가를 태우는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지요. 게다가, 목재는 인류가 불을 다루기 시작할 때부터 사용한 비효율적인 연료입니다. 발열량이 낮다 보니 막대한 양을 태워야 유의미한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 때 바이오매스 연소의 탄소배출량은 화석연료보다 높습니다.
바이오매스의 화석연료보다 높은 원단위 탄소배출량
자료: Smith, et al., 2024; 윤미향의원실, 2023; 송한새 & 임장혁, 2022; Brack et al, 2021; 황욱 등, 2018; 기후솔루션 분석
기후솔루션의 분석으로는,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매년 1천만 톤을 훌쩍 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2025년 영남권 대형산불로 배출된 탄소의 3배가 넘는 양입니다. 중형차 1억 대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셈입니다. 산림청이 2050년까지 산림 탄소 흡수량을 연간 860만 톤 확대하겠다고 하니, 바이오매스 발전만으로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는 셈이지요.
세계가 손가락질하는 한국의 글로벌 산림파괴
한국의 바이오매스 발전업계는 매년 약 7백만 톤의 목재를 태웁니다. 국내 총벌채량을 넘어서는 규모이니,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이 주요 원산지로, 한국의 목재펠릿 수입 규모는 영국과 일본에 이은 세계 3위입니다. 세계 바이오매스 발전 확대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한국과 일본이 떠안고 있지요.
캐나다의 한국으로 수출되는 목재펠릿 생산용 벌목 현장 (사진: Conservation North, 2021)
이러한 수입산 펠릿은 동남아의 열대우림과 북미의 침엽수림을 훼손해 만들어집니다. 우리나라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실제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확인도 쉽지 않고, 산림 인증서를 속이는 공급망 비리도 만연합니다. 더 근본적으로, 땔감을 대량으로 수입해서까지 태울 필요가 있을까요?
공급망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사진: Forest Watch Indonesia, 2024; Stand.earth, 2024; Auriga Nusantara, 2024)
최근 5년 사이 13배로 증가한 국내산 바이오매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벌채 과정에서 나온 잔가지 등 부산물만 사용한다고 정부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라고 이름 붙인 국내산 연료에도 멀쩡한 원목이 사용됩니다. 게다가 이러한 ‘미이용’ 원료의 87%가 ‘싹쓸이 벌채’ 모두베기로, 절반 이상이 바이오매스가 주목적인 벌목으로 분석됩니다. 산불피해지의 나무도 깨끗이 베어 화력발전소로 보내버린다고 하니, 친환경이라는 주장이 낯 뜨겁습니다.
국내 목재펠릿 생산 공장
태양광보다 높은 바이오매스 발전보조금
그런데도 정부는 모든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합니다. 벌목한 자리에 새로운 나무를 심으면 다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테니, 언젠가는 탄소중립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나무는 자라는데 수 십년이 걸립니다. 싹쓸이 벌채로 파괴된 숲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려면 더욱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2050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며, 바이오매스에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쥐여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40% 원목의 목재펠릿을 투입한 바이오매스 발전의 누적 탄소배출량
자료: 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2015
심지어 보조금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라고 불리는 정부 제도는 바이오매스에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 높은 가중치를 곱해줍니다. 1톤의 탄소를 배출할 때 약 8만 원의 초과 수익을 보장해 준 셈으로, 그 총액은 누적 4조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정부 지원 아래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245배로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바이오매스가 연료비 때문에 발전원가가 높아 이를 상쇄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진짜 재생에너지보다도 비싼 가짜 재생에너지를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갚아주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소중한 산림 자원을 태우는 화력발전은 더 이상 혁신할 구석이 없기에,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기후적, 환경적, 경제적으로도 미래가 없는 좌초산업이 우리의 숲과 에너지 전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후와 산림을 지키는 바이오매스 퇴출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바이오매스의 악영향을 인정합니다. 2025년 1월 산업부는 수입산 연료에 대한 REC 가중치를 줄여 나간다는 정책을 행정예고했습니다. 3월에는 RE100이 석탄 혼소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 기준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산 바이오매스를 더욱 늘려간다는 계획이기에, 우리 숲의 황폐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축소한다는 가중치도 2040년대까지 유지되고, 지금도 건설 중인 발전소가 있기에, 실제로 투입되는 목재 총량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입니다.
줄어들지 않는 한국의 바이오매스 의존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2025; 기후솔루션 분석
기후위기를 가속하고 산림파괴를 초래하는 지금의 대규모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있을 필요가 없었던 문제입니다. 산업부의 잘못된 보조금 정책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산업입니다. 따라서, 바이오매스에 발급되는 REC를 폐지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석탄과 함께 태워도 나오는 REC, 수입산 목재펠릿과 국내산 원목을 태워도 나오는 REC를 즉시 폐지해야 합니다.
2030년까지 모든 대형 바이오매스 발전 퇴출을 목표로 하는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기후솔루션은 ‘가짜 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가 아닌, 숲과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에너지 정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