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규 석탄발전 20년 내 최저…중국·인도 외 대부분 국가 감축 가속
한국·일본, OECD 중 유일하게 석탄발전 장기화…암모니아 혼소로 석탄발전 수명 연장 시도
OECD 석탄 퇴출 속도 IEA 권고에 한참 못 미쳐…한국·일본, 2030년대 이후도 석탄 유지
전 세계가 탈석탄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기후목표와 어긋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 GEM)가 3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 ‘붐 앤 버스트 석탄 2025(Boom and Bust Coal 2025)’는 전 세계 석탄발전 현황을 짚으며 특히 한국과 일본이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탄발전소에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미미한 암모니아 혼소 기술을 ‘배출 저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규모는 2024년 44GW로,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GW는 보통 원자력발전소나 석탄발전소 1기의 발전력 수준이다. 중국과 인도의 신규 석탄발전 용량으로 지난해 전 세계 석탄발전 용량은 18.8GW 순증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석탄발전소 퇴출이 신규 건설보다 많아, 전체 석탄발전 용량이 9.2GW 감소했다.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제안 국가 수 역시 2015년 65개국에서 2024년 33개국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요 선진국은 탈석탄에서 앞장서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러한 전 세계적인 탈석탄 흐름과 달리 석탄발전소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본을 제외한 G7 국가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할 예정이다.
한국은 2025년 1월 삼척블루파워 2호기(1GW) 상업운전을 개시했으며, 현재 41GW의 석탄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절반 이상의 석탄발전소에 대해 20% 암모니아 혼소를 적용하고, 2050년까지 암모니아를 보조 연료로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5℃ 목표 달성을 위해 OECD 국가들은 2030년 전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해야 하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실질적인 배출 감축을 인정받으려면 최소 90% 이상의 감축 효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암모니아 혼소는 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2030년 탈석탄을 목표로 삼아도 부족한 가운데, 한국의 암모니아 혼소 정책은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일본 역시 총 55GW의 석탄발전소 중 일부에서 암모니아 혼소 실증을 진행 중이며, 2050년까지 100% 암모니아 발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개발도상국에도 해당 기술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GEM은 이러한 행보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을 비롯한 글로벌 탈석탄 흐름에 반할 뿐 아니라,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시켜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이 추진 중인 암모니아 혼소 기술에 대해 “고비용, 저효율, 수명연장 영향 외에 기후목표에도 기여하지 않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크리스틴 시어러(Christine Shearer) 글로벌 석탄발전소 추적기 프로젝트 매니저는 “발전 부문에서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 혼소는 석탄발전 비용을 크게 증가시켜 다른 연료와 경쟁하려면 막대한 보조금이 필요하다. 혼소 기술은 또한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다. 재생에너지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대신 재생에너지를 발전에 직접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암모니아 사용은 깨끗하고 저렴한 대체 수단이 없는 기술에 훨씬 더 적합하다. 일본과 한국은 파리 기후 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할 시점을 훨씬 넘어 석탄 사용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기술을 국내외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코 네트워크 프로그램 에반 개치(Evan Gach) 코디네이터는 "화력 발전을 배출량 감축에 효과적이고 저렴하며 이미 이용 가능한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는 대신 일본은 암모니아 혼소를 통해 석탄 화력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 암모니아 조달 비용이 너무 비싸고, 암모니아 혼소가 탄소 배출량을 의미 있게 줄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다가 이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려는 일본의 민관 협력은 재생에너지로의 공정한 전환을 방해할 위험이 있으며, 글로벌 기후 목표를 위태롭게 한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홍영락 연구원은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생산한 암모니아를 석탄 발전소에 연소시키는 것이 아닌,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로 생산된 그린 암모니아를 철강과 같은 기존의 산업 부문 탈탄소화에 사용해야 한다. 발전 부문 탈탄소화의 핵심은 혼소 발전 확대가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확대, 전력망 강화다"라고 말했다.
붐 앤 버스트 석탄 보고서는 2015년부터 매년 발간되어 전 세계 석탄발전소의 건설, 퇴출, 가동 현황을 추적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보고서다. GEM, Centre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 E3G, 리클레임 파이낸스, 시에라 클럽, 키코 네트워크 등 세계 주요 기후·에너지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해 제작하며, G7, IPCC, IEA, UN 환경계획 등 국제기구에서 기후 정책 수립 시 활용되는 핵심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본 보고서의 기반이 되는 글로벌 석탄발전소 추적기(Global Coal Plant Tracker, GCPT)는 전 세계 30MW 이상 석탄발전소의 가동, 건설, 퇴출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 데이터베이스로, 1월과 7월 연 2회 정기 업데이트되어 공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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