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콜롬비아 등은 지방정부와 공동 설계…한국은 여전히 중앙 주도
온실가스 배출 절반 이상 지역에 집중…“지방정부 빠진 감축 목표는 공허”
60여 개 도시 모이는 ‘세계 지방정부 기후총회’, NDC 논의 전환점 될까
한국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나, 현재 과정에서는 지방정부의 참여가 사실상 배제돼 있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후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기후솔루션은 이슈 브리프 ‘분절된 기후 거버넌스: 2035 NDC에 지역이 들어설 자리’를 발간하고, 최근 국제사회는 NDC 수립 과정에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제를 제안했다.
이슈 브리프는 NDC 수립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증대되는 여러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브라질은 최근 '기후 연방주의'를 채택하여 국가와 지방정부 간 협력 구조를 제도화했고, 콜롬비아는 지방정부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신청 절차를 도입했다. 독일은 '환경장관회의'를 통해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정책 조율을 강화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지방정부의 의견을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을 NDC에 담고 있다.
한국의 NDC 수립은 일부 상향식 방법만 동원될 뿐, 지방정부는 목표가 결정된 이후에야 이를 전달받는 형식적 참여에 머물고 있다. 현재 한국의 2035년 NDC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GIR)를 중심으로 중앙정부 주도로 수립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수립 초기부터 배제되어 있으며, 감축 목표는 결정 이후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구조에 머물고 있다. 지방의 현실과 전략이 반영되지 않은 목표는 실효성 확보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온실가스 다배출 시설이 수도권 이외의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 설정이 필수적이다. 현재 전국 석탄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충청남도에 밀집해 있으며, 강원도와 경상남도에도 다수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들은 국내 전력생산과 온실가스 배출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지만, 정작 국가 감축목표 설정 과정에는 소외돼 있다. 또한, 국내 최대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인 포스코 제철소는 전라남도 광양과 경상북도 포항에 위치해 각각의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현장이 지역에 분포한 만큼,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참여 없이는 현실적인 NDC 수립과 이행 모두 요원하다. 특히, 현재 기술로도 가능한 저탄소 대책들을 도시 단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건물·교통·건설·쓰레기 처리 같은 핵심 분야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최대 9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오는 15일부터 양일간 경기도가 개최하는 ‘세계 지방정부 기후총회’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기후 리더십과 참여 필요성을 강조할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60개 이상의 지자체장들이 모여 지방정부의 NDC 참여 확대 방안과 구체적 협력 사례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제적으로는 CHAMP(Coalition for High Ambition Multilevel Partnerships)와 같은 다층적 협력 구조가 강조되고 있다. 한국도 CHAMP에 서약한 국가 중 하나로, 이를 통해 지방정부와의 협력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지방정부가 초기 단계부터 NDC 수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의 협의 체계를 마련하고,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NDC 문서에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단일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에만,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전환이 가능하다. 지방정부가 국가 목표에 부합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수준의 자체 목표를 설정하고 실질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할 때만이 한국의 기후 목표 달성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는 다층적이고 포용적인 거버넌스 구축이 2035 NDC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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