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 앞둔 가운데…기후솔루션, ‘허위공시’로 금감원 신고
삼척블루파워, ‘정산조정계수에 따른 정산금’ 2천억원 사업보고서에 자산으로 계상
“정산금 회수 가능성 보장 못해…삼척블루파워·증권사는 투자자에게 기후위기 폭탄 떠넘기지 말아야”
오는 25일 삼척블루파워의 공모 회사채 발행이 다가온 가운데, 삼척블루파워가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2000억 원 상당의 정산금을 사업보고서에 자산으로 잡은 것이 자본시장법상 허위공시에 해당한다며 금융감독원에 신고가 접수됐다.
18일 기후솔루션은 삼척블루파워가 ‘정산조정계수에 따른 정산금’ 전액 약 2000억 원을 2024년 사업보고서에 자산으로 반영해 자산 규모를 부풀렸다고 보고, 금융감독원에 허위공시로 신고했다. 이 같은 회계 처리는 회사채를 구매할 개인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고스란히 떠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삼척블루파워와 주관 증권사의 채권 발행 및 인수 행위를 둘러싼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산조정계수’라는 제도다. 이는 원료 수급이나 가동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기본 변동비에 더해, 발전소 건설·운영에 드는 비용까지 반영하여 전력거래소가 발전소의 과도한 수익을 회수하거나 손실을 일정 부분 메워주는 장치다. 삼척블루파워는 최근 발전소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시장 정산금이 총괄원가를 밑도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 차액을 다음 연도 정산조정계수 등을 통해 보전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2000억 원 전액을 ‘자산’으로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2000억 원은 엄밀히 말해 아직 삼척블루파워에 들어오지 않은 금액이며, 정산금 회수에는 여러 위험 요소가 남아 있다. 삼척블루파워가 위치한 동해안 지역은 전력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전망이 부족해 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현재 신규 송전망 건설도 지연되고 있어 향후 정상적인 전력 판매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 정산조정계수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제도는 원래 발전소의 초과 수익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재는 화력발전소가 리스크 없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연료비를 포함한 발전원가뿐 아니라 적정 수익까지 모두 보전해 주기 때문에, 발전사가 비용 절감이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유인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구조는 시장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민간 석탄발전소의 경우, 전력거래소가 인정하는 투자비 범위에 따라 총괄원가와 이에 따른 정산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회수 가능성 및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크다.
기후솔루션의 이관행 외국 변호사(미국 캘리포니아)는 “삼척블루파워가 ‘정산조정계수에 따른 정산금’ 회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위험 요소를 과도하게 축소 평가했다”며 “이는 사업보고서에 회사의 자산 및 부채 구성항목의 평가손익 또는 회수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기재한 것으로, 관련 회계처리 기준이 허용하는 합리적·객관적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신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사안은 회계 논란을 넘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위험이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삼척블루파워는 그동안 약 5조 원의 사업비를 출자·대출·회사채 등을 통해 조달해 왔다. 현재 회사채 발행 잔액만 1조 원에 달하며, 올해 2700억 원을 시작으로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4300억 원과 3000억 원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하지만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는 석탄발전의 환경적· 재무적 위험을 고려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6월에는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하향 조정됐고, 이자율도 6~7%대로 급등해 운영자금 조달에 다시금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결과도 초래됐다.
이처럼 기관투자자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상황에서,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는 주로 소매금융 채널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돼 왔다. 오는 25일 예정된 회사채 발행의 경우, 기존 인수단이었던 6개 증권사 중 5곳이 ‘탈석탄 금융’ 이행을 이유로 추가 채권발행 및 인수계약에 나서지 않으면서 키움증권만이 홀로 주관사로 남게 됐으며, 이에 더해 DB증권·흥국증권·부국증권 등 3개사가 새롭게 합류한 상태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고동현 팀장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는 이미 국내 대표적인 ‘반 ESG 채권’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고, 기후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돼 왔다”며 “사업성과 재무적 위험까지 모두 위태로운 상황에서 채권 발행을 강행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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