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시민사회,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의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 투자에 가처분신청
공적 금융의 가스전 투자, 환경권·탄소중립기본법·파리협정 위반 소지에 법적 책임 따져야
기후솔루션과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추진 중인 모잠비크 코랄 노스(Coral North) 가스전 FLNG(부유식 액화가스 설비) 사업에 대해 약 19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 규모의 공적금융 제공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소송은 모잠비크의 환경단체 주스치사 앙비엔타우(Justiça Ambiental!·JA!, Justiça Ambiental는 포르투갈어로 ‘환경정의’, JA는 ‘지금’을 의미)와 한국 청년 기후활동가 3인이 공동 원고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연대 소송 중 하나가 된다.
코랄 노스 FLNG는 모잠비크 북부 해상에서 연간 LNG 350만 톤을 생산하는 대형 사업으로, 한국가스공사도 프로젝트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이미 모잠비크의 코랄 사우스(Coral South) 사업에 약 18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 규모의 금융을 제공한 전력이 있으며, 이번 코랄 노스에 대해서도 역시 그보다 많은 규모의 대출 및 보증을 검토 중이다. 금융계약은 올해 상반기 내로 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단체들은 이번 사업이 국제사회가 설정한 탄소중립 목표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기후위기뿐 아니라 경제·법률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모두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만으로도 탄소예산이 초과된다며 신규 개발의 중단을 강조해왔고, 국제 금융기관들은 가스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좌초자산화 위험 등을 경고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금융지원은 헌법과 국제적 책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법적 정당성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공공기관은 이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 기본법’ 제5조는 공공기관이 탄소중립 목표에 협조하고, 예산과 사업 추진 전반에서 기후위기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장기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초래할 화석연료 기반 개발사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이러한 환경권 보호 의무와 탄소중립 법령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나아가 파리협정에 따라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야 할 국제적 의무를 지니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국제금융공사(IFC)의 환경·사회실사 기준 역시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 공개와 사전 평가 절차를 요구하고 있으나, 코랄 노스 사업에서는 이러한 기준들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제 규범 위반 소지도 크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기후·환경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특정 국가나 집단에 불균형적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모잠비크는 배출 책임이 거의 없음에도 사이클론, 가뭄, 해수면 상승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대표적인 기후취약국이다. 국내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해외 화석연료 개발이 이처럼 구조적 불평등을 확대하고 현지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경우, 이는 국경을 넘어선 인권 침해의 한 형태로 간주될 수 있다.
발언 중인 청년기후긴급행동 김채원 활동가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김채원 활동가는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은 단순한 환경파괴를 넘어 생태학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코랄 노스 가스전은 개발 과정에서 심해 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등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것이며, 이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맹방해변에 남긴 상처와 다르지 않다”며, “우리는 또 하나의 생태학살을 지켜만 볼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과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이번 소송이 단순한 투자 반대가 아니라, 기후위기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한국 공공기관이 국내외 환경법과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도록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나랏돈으로 추진되는 해외 화석연료 개발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국제적 기후불평등을 심화시키며, 헌법상 환경권과 탄소중립기본법, 파리협정 의무까지 위반하는 행위라면 이는 분명히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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