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23일 ‘탄소중립을 위한 대한민국-유럽 녹색해운항로’ 보고서 발간
평택항, 자동차 물류 거점으로 녹색해운항로 도입 시 유리…항로 한 곳에서만 연 140만 톤 탄소 감축 가능
“그린 메탄올 수급체계 및 공공-민간 협력 강화로 녹색해운항로 실현 가능성 높여야”
평택항과 유럽을 잇는 자동차운반선 기반의 녹색해운항로를 구축할 경우, 물동량이 가장 많은 항로 한 곳에서만 연간 14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통해 평택항의 ‘자동차 무역 허브’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출 경쟁력 역시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기후솔루션은 ‘탄소중립을 위한 대한민국-유럽 녹색해운항로: 국내 자동차 수출입 1위 평택항과 주요 유럽항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만인 평택항과 브레머하펜·앤트워프·지브뤼훼·사우샘프턴 등 유럽 주요 항만 사이 자동차운반선 기반의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새롭게 제안했다.
표 1. 평택-유럽 주요 항만 간 노선별 전주기 이산화탄소 배출량(tCO₂)
해운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며, 물동량 증가와 함께 배출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했고, 이를 달성할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녹색해운항로’가 주목받고 있다. 녹색해운항로는 무탄소 연료 선박을 운항하고, 항만 운영을 전기화하여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를 공급하는 등의 방안을 통합한 개념이다. 그간 녹색해운항로는 주로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논의돼 왔지만, 자동차운반선 역시 주목할 만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자동차 전용 부두는 대형 하역 장비가 거의 필요하지 않아, 친환경 항만으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국내 자동차운반선 녹색해운항로의 도입지로 평택항을 주목했다. 평택항은 국내 수입차 물량의 95% 이상을 처리하는 자동차 물류의 핵심 거점이며, 최근 3년간 평택-유럽 간 자동차운반선 운항 규모는 연 286척, 운항 횟수는 연 430~450회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녹색해운항로의 상용화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와 항만공사 주도로 운영되는 다른 주요 항만들과 달리, 민간 주도의 유연한 운영 구조를 갖추고 있어 시범 항로 도입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평택-유럽 녹색해운항로의 핵심 연료로 ‘그린 메탄올’을 제시했다. 그린 메탄올은 액화가스(LNG) 등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낮은 데다, 액체연료이기 때문에 기존 선박 내 연료 공급(벙커링) 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체 연료로 꼽힌다.
실제로 2023년 유럽연합(EU)은 기존 화석연료 대신 그린 메탄올 기반 저탄소 연료를 도입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약 70%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수치를 평택-유럽 간 자동차운반선 항로에 적용할 경우, 물동량이 집중된 독일 브레머하펜 항로 한 곳에서만 연간 200만 톤에 달하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무려 140만 톤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억 6000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맞먹어, 단일 항로를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매년 수백만 톤 규모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연료 수급 전략도 함께 제안됐다. 단기적으로는 울산항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벙커링 거점으로 삼고, 장기적으로는 평택항 인근에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를 활용한 e-메탄올 생산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주요 요지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자립적인 연료 수급 체계를 단계적으로 완성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림 1. 보고서의 그린 메탄올 공급 계획 가이드라인
이 같은 녹색해운항로 전환은 자동차 산업의 간접 배출량 감축에도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자동차는 생산부터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차량 운행 시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Scope 1)뿐 아니라, 부품 제조 및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Scope 3)까지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녹색해운항로를 구축해 운송 단계의 탈탄소 전환을 유도한다면, 국내 수출액의 2~3위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유효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보고서는 녹색해운항로의 실행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선, 친환경 연료는 기존 화석연료보다 도입 및 운영 비용이 높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유인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위한 재정·금융 지원 방안을 담은 ‘녹색해운항로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이 올해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은 보조금 등 직접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며, 2027~2028년경 평택-유럽 간 녹색해운항로의 운영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제도적 기반 위에서 선사·화주·항만·연료 공급업체 등 다양한 민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기술 상용화와 수요 창출을 이끌어가는 일 역시 필요하다.
그림 2.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위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협력 구조 제안
보고서의 저자인 기후솔루션 해운팀의 한주은 연구원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유럽과의 녹색해운항로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국은 해운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유럽과 함께, 평택항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시범 항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IMO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유럽연합의 규제 강화에 대응하여 국내 선사와 조선업계의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녹색해운항로 구축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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